건국대학교 생명과학대학 정지혜 교수(생명과학특성학과)와 박호용 교수(KU신경과학연구소) 연구팀이 우울증 상태에서 사회성을 저하시키는 뇌 신경회로를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 이 연구는 신경과학 분야 상위 9%에 해당하는 권위 있는 국제 학술지 Progress in Neurobiology에 6월 24일자로 게재되었다. 이는 우울증 연구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중요한 성과로 평가된다.
이번 연구는 우울증을 앓는 환자들이 사회적 관계를 회피하게 되는 증상이 단순한 기분 문제가 아닌, 뇌 속 특정 회로의 이상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입증했다. 이러한 발견은 향후 우울증 치료에 있어 보다 정교한 접근이 가능할 것임을 시사한다.
연구팀은 실험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전전두엽(mPFC)에서 측유상핵(LHb)으로 연결되는 신경회로가 사회적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전전두엽은 감정 조절과 사회적 행동을 담당하며, 측유상핵은 스트레스 반응에 관여하는 뇌 부위다. 건국대 연구진은 그간의 선행 연구를 통해 우울증 환자 및 스트레스 상태에 있는 동물 모델에서 이 부위가 과활성화되는 경향이 있음을 지속적으로 규명해왔다. 이는 우울증의 기초 생물학적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기여를 하고 있다.
연구 결과, 스트레스를 받은 실험 쥐는 전전두엽-측유상핵 회로의 과잉 활성화와 함께 다른 쥐와 마주치는 상황에서 회피 행동을 보였다. 반대로 이 회로의 활성을 옵토제네틱스(광유전학) 기법으로 억제하자, 쥐들은 다시 다른 개체와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사회적 행동을 회복했다. 이와 같은 결과는 특정 뇌 회로의 조절이 사회적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명확히 보여주며, 향후 치료적 개입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번 연구는 사회적 위축이라는 우울증의 대표 증상이 단순한 기분의 문제가 아니라 특정 뇌 회로의 과잉 활성에서 기인한다는 점을 과학적으로 입증한 것으로, 사회성 회복을 위한 새로운 치료 전략 개발에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사회적 스트레스뿐 아니라 신체적 스트레스 역시 사회 행동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동물모델에서 입증한 첫 사례로서 의의가 있다. 이는 정신 건강 연구의 범위를 넓히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교신저자인 정지혜 교수는 “우울증에서 흔히 나타나는 사회적 위축과 관련된 뇌 회로를 정확히 밝혀낸 것은 우울증 연구에서 매우 중요한 진전”이라며 “향후 외로움이나 사회적 고립과 관련한 다양한 정신질환 치료에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는 정신과학 및 신경과학 분야에서의 협력 연구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하는 발언이다.
이번 연구는 정지혜 교수(교신저자), 박호용 교수(주저자)가 공동으로 진행했으며,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지원사업과 세종펠로우십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다.